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던 시절 나는 각 지역에서 내놓아라 하는 애들이 모이는 고등학교에 대범하게 진학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지옥의 3년을 보내고 스무살이 된 나에게 떨어진 현실은 '실패'였다. 목적없이 이리저리 휩쓸리다 결국 지방대로 뚝 떨어져버린 나의 비행선이 추진력을 잃고 잠시 그곳에 머물기로 결정했다. 예정없이 마주한 낯선 땅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아, 이런게 대학생활이구나.' 그렇게 2년동안 나는 그곳에 멈춰있었다. 멈춰버린 나의 시간은 다른 이에겐 도전의 시간이 되었고 하나 둘씩 제 자리를 찾아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나의 안락함에 불편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가 이 곳에 왜 떨어져 있으며, 왜 머물러 있는지, 원래 향하려던 목적지는 어디였는지 온갖 질문들을 쏟아내고 난 뒤 그제서야 나의 안락은 현실 도피였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내가 내린 결론은 주체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이제껏 주체적이지 못했던 지난 나의 과오를 담담히 받아들이고 지금의 주체적인 내가 미래의 주체적인 나를 만들기 위해 그곳을 벗어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편입이라는 새로운 여정이 시작되었다.
편입 시작 시점의 나의 베이스
수능으로 따지면 영어 2등급에 수학 4등급이었다. 하지만 수능성적은 편입에 있어서 그리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시작점의 나의 영어 수준은 한 마디로 말하자면 '들어본 적은 있지만 기억은 나지 않는다'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초,중,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따라 영문법을 분명 학습했을 터인데 형식이 무엇인지 편입 공부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수학의 경우는 노베라고 쳐도 무관하겠다. 편입에 대한 어떤 정보도, 세세한 계략도 없이 일단 학원 등록을 감행했고 과목에 대한 어떤 이해도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나는 단지 '처음부터'를 강조했던 것 같다. 들어본 적도 없는 선형대수와 다변수, 공업수학에 두려움을 가지기 보다는 너도 나도 편입 수학을 처음 경험할 거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이 오히려 공부할 의지를 꺾지 않고 끝까지 학습할 수 있었던 동력이 되었던 것 같다.
영어학습노하우
영어라는 과목에서 내가 가장 중요시 여기며 시간을 쏟은 것은 '단어'였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어휘로 가득한 편입영어의 진입장벽을 뚫기 위해선 어휘파악이 우선시되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나의 영어 학습법은 여름방학을 기준으로 상반기엔 어휘,문법,논리만을 하반기엔 독해에 비중을 둔 전체적인 영어 학습을 진행했다. 암기가 필요한 과목은 방대한 양을 한 번에 암기하려 하지 않고 꾸준히 학습하겠다는 마인드로 접근한 것이 포인트이다. 순간 집중력이 특기인 나에겐 출퇴근 시간 단어 암기는 비효율적이었기에 자기 전 짧게 집중하여 단어를 암기한 것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문법의 경우 이론을 정확히 잡고 문제풀이를 통해 부족한 파트, 심화된 내용을 암기하는 방식으로 공부했다. 여름 방학 이후 2번에 걸쳐 전체 이론을 점검하였는데 문법은 이론과 문제풀이의 균형을 잘 잡아야 하는 과목으로 오답수가 많아지거나 헷갈려서 문제 푸는 속도가 느려진다면 이론을 다시 점검하도록 하자. 논리는 어휘가 기반이 되어야 하는 파트로 빈칸의 단서가 되는 동의어 혹은 반의어 찾기가 핵심이다. 상위권 대학일수록 정답단어 혹은 단서어휘의 수준이 높아지므로 기본어휘뿐만 아니라 고급어휘까지 커버하도록 했다. 논리 문제를 연습하기 위해서 주로 모의고사를 이용하여 점검했고, 학교별로 논리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학교별 기출로 적응해 나가는 것을 추천한다. 어휘, 문법, 논리에 대한 기반이 잡힌 뒤 독해 공부를 시작했다. 실제로 독해 문제 풀이를 시작했던 것은 7월이며 번역을 위한 독해가 아닌 핵심만 읽어내는 독해로 나아가고자 노력했다. 영어 성적에 큰 변동이 없던 것이 가장 큰 스트레스였기에 위클리를 이용하여 문제점 찾기를 시도했는데 하루는 어휘,문법,논리만을 하루는 독해만을 품으로써 어느 부분이 취약한 지 실험해 보기도 했다. 그렇게 찾은 나의 취약점이 기본 개념이 아닌 문제 풀이 방식임을 확인하고 하반기에는 수업시간에 배운 문제푸는 법을 적용해 나갔다. 12월에 학교별 기출을 실전처럼 연습한 것이 가장 실력향상에 효과적이었는데 실전과 동일한 조건으로 문제푸는 연습과 기출분석이 모두 이루어져야한다. 목표했던 성균관대학교 어휘와 논리는 5개년 이상을 분석했으며 독해는 주제찾기에 초점을 두어 글을 읽어내도록 연습했던 것이 합격의 문을 열어주었다.
나만의 월별 학습계획
자연계의 경우 영어와 수학을 모두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월별로 두 과목의 비율을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4월부터 8월까지는 영어와 수학의 비율을 5:5로 잡았으며 8월 이후 파이널까지는 영어와 수학의 비율을 각각 2:8로 잡았던 것 같다. 어휘는 매일 꾸준히 암기했고 문법은 영어 학습 노하우에서 설명했듯이 처음에 이론을 정확히 잡는 것에 초점을 두어 8월까지 동사파트 이론을 완벽히 숙지하려고 했다. 문제풀이는 숙제로 커버했으며 모르는 문제는 바로바로 질문하여 문제풀이와 이론을 끊임없이 반복해나갔다. 8월 이후 명사와 형용사 관사 등의 내용은 실전문제 풀이를 진행하면서 같이 암기해나갔다. 독해는 7월까지 위클리와 모의고사를 제외하곤 달리 준비하지 않았고 8월부터 본격적으로 수업시간에 다루는 문제와 모의고사를 토대로 독해 학습을 시작했다. 논리는 어휘와 같이 학습하려고 했고 수업시간과 위클리, 모의고사 외에는 건드리지 않았다. 수학은 진도가 끝나는 시점이 10월이었기 때문에 그 전까지는 수업을 듣고 복습노트를 작성하면서 공식과 이론을 정리한 것과 교재 문제와 그 외의 학원 자료 문제를 푸는 것, 모의고사 문제로만 개념을 잡았으며 11월부터 파이널까지 편머리 4개년 기출을 반복해서 풀었던 것, 학교별로 유형별 문제 정리노트를 만든 것으로 학습하였다. 영어 수학 모두 11월을 기준으로 이전까지는 문제풀이보다는 개념익히기와 암기에 초점을 두도록 하였고 11월부터는 문제를 반복해서 유형별로 정리하는 연습을 거쳤다. 원서접수 이후에는 실제 시험장과 동일한 조건으로 시험을 치루는 연습을 했다.
모의고사 및 기출문제 풀이 전략
주어진 시간동안 모든 문제를 푸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자신감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문제푸는 흐름이 끊기면 자신감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모르는 문제를 봤다고 해서 주저앉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바로바로 넘어가서 다시 자신감을 회복하면 그만이다. 내가 모의고사와 기출문제 풀이에서 가장 많이 연습했던 부분이 모르는 문제를 넘기기였기 때문에 이것이 불합격으로 이어지는 원인이 아님을 자신할 수 있다. 영어의 경우 주로 어휘,문법,논리,독해 순으로 문제가 배열되기 때문에 전략을 잘 짜는 것이 중요한데 만약 어휘 파트에서 모르는 어휘가 많아 당황했다면 멘탈을 부여잡고 과감히 독해로 넘어가도록 하자. 다시 안정감을 찾아 앞으로 돌아와도 충분히 득점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다. 수학의 경우 수능에선 주로 뒤로 갈수록 킬러문제를 배치시키지만 편입 수학은 1번부터 어려운 문제가 나올 수 있음을 알고있자. 앞장을 전혀 못풀겠어도 당황하지 말고 풀 수 있는 문제를 찾아라. 익숙한 것 한 문제만 더 풀자는 마음으로 푸는 것이 합격을 가르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나의 지원전략과 합격당락에 가장 중요한 것
성균관대학교는 필기시험 외에도 자기소개서와 면접이 평가 요소이기 때문에 동일계를 지원하는 것이 나의 강점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립대의 경우에도 서류평가 비율이 높았기 때문에 동일계를 지원했는데 동일계를 지원할 경우 장점은 자신을 더욱 잘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1차 필기를 통과해야만 적용될 수 있는 요소이기에 1차 합격 여부가 나오기 전까지는 영어, 수학 학습에만 초점을 두는 것이 타당하다. 4월부터 시험직전까지 필기시험에만 에너지를 쏟았던 것이 바람직했다고 생각하고 합격당락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멘탈이다. 편입은 어떤 사람이 편입 시험 내용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 어떤 사람이 시험중에 멘탈이 덜 무너지는지의 싸움이라고 생각하기에 단단해져야 한다. 실제로 내가 시험장에서 마음속으로 가장 많이 외쳤던 것도 “한 문제만 더”였기 때문에 모두가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
슬럼프 시기와 극복방법
나의 슬럼프는 비교적 빠르게 찾아왔다. 상반기에 알바와 병행하여 공부를 시작했던 것, 3월에 학습하지 못했던 내용을 4월에 같이 병행하려고 했던 것 등의 요소로 5월이라는 이른 시기에 처음 슬럼프를 맞았는데 그만큼 4월 한 달을 정말 열심히 살았던 증거이기도 하다. 남들이 어느정도 공부하는 지 혼자 공부하는 나로서는 비교대상이 없어서 알 수 없었고 때문에 쉬는 것조차 자유롭지 못했다. 작년에 편입한 동기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고 재수를 경험한 주변 친구들로부터 조언을 구하여 공부시간과 휴식시간을 확실히 정하여 적절한 휴식을 취했던 것이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는 회복제였다.
기억에 남는 편입 관련 에피소드
10월까지 미분에 시달리며 고통받는 것을 교수님께 말씀드리고 가끔 상담을 받곤 하였는데 공업수학을 배우는 도중 미분방정식의 너무 많은 공식들로 인해 교수님 방에 찾아가 눈물을 쏟은 적이 있었다. 눈물을 보이려고 교수님을 찾아간 것이 아니었는데 어차피 외워야하는 공식들에 대한 부담감으로 처량하게 눈물을 보인 것이 수치스럽고 또 죄송스러워서 교수님께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순간 교수님께서 “남자애들도 와서 세 번씩 울고가는데 넌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말씀하신 것이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다. 수업시간엔 다소 차가운 교수님이었지만 정말 따뜻한 분이셨다.
김영편입 추천하고 싶은 컨텐츠 & 시스템
아무래도 대학 강의처럼 스케줄이 짜여져 있어 혼자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위험한 나태함을 경험하지 않게끔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것이 가장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매일같이 암기하는 단어시험은 편입의 시작부터 끝까지 나를 나태해지지 않도록 만들어 주었다. 교수님의 강의력도 편입내용을 이해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으며 전반적으로 단기간에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종합반 시스템이 도움이 되었다고 얘기하고 싶다.
고마웠던 분 및 준비하는 후배에게 남기고 싶은 말
일단 가장 기억에 남고 존경하는 권진경 교수님께 감사 인사를 전한다. 문법이라는 과목을 편입을 통해 제대로 알고 학습할 수 있게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리며 또한 언제나 학생들을 엄마처럼 따뜻하게 대해주신 점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다음으로는 이과생들의 가장 큰 조력자 신기섭 교수님께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학생들에게 항상 질문을 퍼붓지만 누구보다 우리의 실력을 높여주신 분이다. 올해 편입을 준비하는 모든 후배들에게 지치지 말고 끝까지 하라고 말하고 싶다. 딱 그 한마디만 남기겠다.